살아 있는 이야기/쉼표

오늘은 삼천포 내일은 서울

삼천포깨비 2011. 5. 4. 23:13

다른 날 보다 느긋하게 틈이 생기는 날이다.

온탕 냉탕 번갈아 가며 꿀로 재운 선식으로 맛사지까지 했다.

11층에서 점심을 차렸고 따뜻한 밥에 묵은지와 미역국으로 빈 속을 꽉 채웠다.

이 순간이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배 부르니 남부러울게 없고 잘 먹고 잘 사는게 바로 이런거라며 숙이씨의 애정이 깃든 위안의 소리에 고개만 끄덕였다.

 

내일 서울 올라가려니 초조한 마음 없지 않아 있었지만 아직 확실치 않은 일을 그대로 드러 내 놓고 이야기 할 수도 없었다.

다녀와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축하도 받고 전 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바라 봐 줄거라 느껴졌다.

 

어떤 분이 글을 부탁했다.

내가 대필작가로 나설 만큼 절망적인 마음인가 하는 생각을 돌리려 애써본다.

더 큰 일을 위해 좋은 기회라면 우연이든 아니든 꼭 붙들어야 한다는 결심도 여러번 했다.

그러나 나보다 능력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편집장에게 연결시키려 했더니 하필 수술했다는 연락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어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먼 곳에서 접하고 안타까웠다.

무슨 일이든 돈이 되면 다시 하고 싶은 영화 찍기를 바라는 바인데 갑자기 수술했다는 소리에 걱정이 앞선다.

정당한 이유가 되었으니 우선 나 혼자라도 약속 장소에 가려한다.

서울 한 쪽에선 오후 늦은 시간 벙개를 쳤고 낼 오후부터 쉴새 없이 전화벨이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의 밤이라니 ...

서너명이서 속닥하게 찜질방에서 밤새 수다로 지샐 계획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 내 맘대로 상상하려니 재미있다.

 

태연히 커피까지 마시고 오일장에 숙이씨 둘이씨 현이씨 같이 나섰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시장을 봤고 하루가 될지 며칠이 될지 집을 비워야하는 입장에선 해야할 일이 많다.

빨래며 청소며 반찬이며 내 손이 가야할 것들이 더 있는지 꼼꼼이 체크 했다.

별로 할게 없었다.

마침 휴일이니 슬비 학교 안 가고 슬이 직장 안 가고 슬이아빠도 쉬는 날이라고 했다.

알아서들 해 드시겠다는 것이다.

월남쌈 만들어서 숙이씨 딸과 사윗감이 온다는 소리에 한 접시 건내고 왔다.

카페에 들어 와 어떤 친구들이 오게 되는지 댓글을 확인하고 내일 만날 당사자와 통화로 다시 약속을 확인했다.

 

내일 아침 슬이아빠 생일이니 미역국부터 끓이자.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나중에 원망 들을 구실 만들기 싫지만 무슨 일을 꾸민다고 해서 감동에 사로잡힐 슬이아빠도 아니다.

하지만 난 근본적으로 착한 마누라다.

서울 친구가 녹용 엑기스 준비 했다는 말까지 전하면 서울 열 번이고 가라고 할 걸 빤히 안다.

 

앞날의 새로운 생활의 전개에 기대를 걸며 잠시 블로그 고정된 상태가 될것이다.

비가 오고 다시 햇빛이 비추이는 아침이 올 때 처럼 쨘하고 나타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