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덟시가 다 됐다. 수박 하나 더 팔자고 눈을 탁 볼가트리고 있어도 손님 하나 없네.."
진찬이 아지매는 주변사람이 듣거나 말거나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늦도록 시장통에 앉아 있었던게 쑥스러웠던가보다.
잔뜩 볼멘 소리가 커진걸 보니 장사가 안된거 같다.
쏘대이모가 남은 산딸기 두그릇을 한군데 보태서 떨이하려는 눈치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 안 사는쪽으로 마음 고쳐 먹었다.
국대접만한 그릇에 담아놓고 만원이나 한다.
요즘같으면 만원으로 생닭이 두마리다.
고우든 볶아 먹든 우리 네식구가 이틀을 배부르게 먹을건데
만원짜리 산딸기를 한입에 털어넣다니...
눈치빠른 쏘대이모는 미련없이 자리털고 일어났다.
떨이치곤 제법 많은 양이라서 은근히 욕심도 냈지만서두 먹고 싶다는 마음을 한쪽으로 덜어 놓으니 오늘 하루 매상이 궁금타.
돈통을 무릎사이에 끼우고 한장 두장 세어봤다.
한나절 장사치곤 그만 그만해서 어제 보다 일찍 마쳐도 상관없겠다.
그래도 산딸기는 못 산다.
"누가 아침 일찍 오라카는 사람 없어도 오고 가라카는 사람없어도 가야지.."
쏘대이모는 다 저문 시장통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진주댁을 보면서 낼 만나자는 인사였다.
쓸쓸함이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산딸기 만원어치를 아무렇지 않게 사서 먹을 수 있는 내일이면 더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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