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읽기
홍 : 따뜻한 우리 이웃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얘기를
전해드리는 세상읽기 시간입니다.
민 : 매주 월요일은 시장통 아줌마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얘기나눠보는 시간인데요.
삼천포 시장 아줌마, 유경희씨 전화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유경희 : 안녕하세요...
홍 : 지난 주에 첫방송 나가고 난 뒤 사람들이 많이 물으시더라구요.
왜 시장아줌마 말투가 그렇게 표준말이냐...진짜 맞냐..
그렇게 묻는 분이 많던데 정말 삼천포 시장 아줌마..맞으시죠?
유경희 : 네..삼천포 중앙시장에서 분식집을 하고 있어요.
시집온지가 이십년이 넘었으니 삼천포가 고향이나 다름없죠.
민 : 얼마전에 책도 내셨죠?
유경희 : 시장에서 길을 묻다..라는 책인데 읽으신 분들은 마음에 와닿는 글이라면서 칭찬해주셨어요. 장에 서 있으면서 무심히 지나가는소리를 그냥 넘겨버리지 않고 매일 일기처럼 써봤었죠. 자랑같지만요 책을 펴면 맛있는것을 골라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좀약이나 바퀴벌레를 파는 장사꾼 소리 하나 들려드릴께요.
“달달한 알사탕 하나 사봐여...
영감 말 안들으면 하나 먹여봐여...
바퀴벌레 좀약 소독약이여...
달달한 알사탕 사여...“
장사꾼들의 멘트가 가만히 들으면 섬뜩한 소리지만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거죠...
그렇게 유머스럽게 풀면서 재밌게 그려봤어요.
홍 : 오늘 두 번째 시간인데..오늘은 어떤 얘기 들려주시겠습니까?
유경희 : 오월하면 가정의 달입니다. 먼저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고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데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어젠 어버이날이었자나요...시장에 리어카 끌고 오는
할머니들 가슴에 카네이션이 눈에 확 띠는거예요.
무슨 좋은 일 있었는지 얼굴은 싱글 벙글 웃음꽃이 활짝이더라고요...
제가 물어봤죠. 할머니..카네이션 꽃 누가 달아줬어요? 하니까
손주놈이 아침부터 꽃 들고 설치는 바람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아침 먹고 나왔다고 하는거예요. 기분 아주 좋았나 봐요. 어떤 할머니는 카네이션 꽃바구니까지 들고와서 좌판 앞에다 두고 장사하시드라구요. 멀리서 가까이서 어버이날이라고 자식 들이 신경을 많이 썼다는걸 한눈에 알겠데요. 이 할머니는 행복한 편이죠. 전화 한통화나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조차 없는 자식두고 있는 할머니는 엄청 속상하신지 입 다물고 무표정이었죠. 한참 자랑한다고 신나게 떠드는 할머니말에 건성 건성 대답하면서 옆에 할머니 눈치보기 바빴어요.
민 : 시장에서 따로 어버이날 행사 같은 거 없었나요?
유 : 네... 있었어요. 제 옆에 과일 파는 언니가 여럿이 힘을 합쳐서 떡이랑 돼지고기 음료수 술까지 대접하면서 한바탕 잔치를 벌였어요. 쏘대이모하고 진찬이 아지매라고 있는데 그 아줌마는 장구치면서 새끼 꼬아서 장구에 달고 다녔거든요. 새끼줄에 떡값이라고 천원짜리 오천원짜리 만원짜리 줄줄이 엮어서 시장을 한바퀴 돌았는데 고기먹고 떡 먹은 할머니들이 그냥 있을리 없죠.
효도잔치라고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면 자기 먹은거 자기가 낸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기분이라는게 있자나요.
떡 한조각에 고맙다고 너두 나두 고쟁이 속에서 돈 꺼내는 모습 보니까 가슴이 뭉클 했어요. 그렇게 점심값마저 아낀다고 밥 한그릇을 천원주고 남은 반찬으로 한때를 떼우는데 그날만큼은 돈 만원이 안 아까운갑드라고요... 어머니의 마음이겠죠. 자신에게는 험하게 쓰면서 자식 위해서는 아까운 게 없는거죠.
홍 : 그런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유경희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요즘 어머니들입니다.예전 어머니들은 그야말로 자식 하나 보고 살아왔습니다. 이제와서 나 몰라라 하고 자기 자식들만 애지중지하는걸 보면 가슴아프죠. 시대가 변하면서 자신을 나아준 부모님은 뒷전이고 자기가 나은 자식만 세상에서 최고로 여깁니다. 자식 아프면 세상 끝장난것처럼 난리가 나면서 부모가 아프다면 왜 또아픈거야..하는거죠. 늘 아프니까 그러다 괜찮으시겠지 하면서 넘거가는겁니다.
시장통 할머니들은 그래도 용감한 엄마라는 생각이 들어요. 길바닥에 장사 그만두고 집에 들어 앉아 손주들이나키워달라는 소리 들은척 만척 하고 시장에 나오거든요.뭐하러 눈치보면 사냐고 했어요. 애 다쳐서 잘못되어도 다 애 잘못 본 탓하는데 내 벌어 내 먹고 사는게 낫다는겁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해도 그 근원이 바뀌지 않는 건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고,
요즘 아이들도 그런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감사할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딸아이 슬비가 어버이날이라고 편지를 썼어요. 소개해도 되겠죠?
‘엄마...그동안 속 많이 썩였죠?
아주 죄송해요. 제가 엄마에게도 또 아빠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었는데 이렇게 좋을진 상상도 못했어요. 제가 학교에서 직접 만든것도 있는데 다 부서져서 드리지 못했어요.
엄마 아빠... 저 영원히 사랑해 주실거죠? 엄마...아빠도 같이 보시라고 하시고...
저 많이 예뻐해주세요...막내딸 슬비가...‘
민 : 슬비가 몇살이죠?
유경희 : 초등학교 4학년이예요.
민 : 유경희씨도 어머니 날을 맞아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겠어요.
유경희 눈물나도록 생각이 났죠. 후회막급한...그런거 있자나요... 제 시어머님 얘긴데요...자식 여덟을 두셨던 저희 시어머니는 큰아들은 큰아들이라고 막내 아들은 막내라고 마음을 쓰시면서
아들로서는 넷째인 제 남편은 있으나 마나한 자식으로 대하시드 라고요. 그게 너무 섭섭해서 잘 해드리지 못했지만 언젠가 어머님 모셔야한다는 각오는 늘 했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호흡이 가빠서 병원에 입원시키고 서울 아들들한테 연락을 했었죠.
모두들 내려왔고 전 병원에 잠깐 들렸다가 서울 갈 사람들이 가고 나면 어차피 제 차지라고 생각하고는 집에 와서 잠을 청하는데 어머님 돌아가셨다는거예요. 이제 어머님 돌아가신지 구개월째인데 전 지금도 생각해 봅니다. 어머님이 서울 아들위해서인지 절 위해선지 자식 고생시키지 않고 일찍 돌아가셨다는것에 말입니다.
돌아가시기전 몇 번이나 미안타는 말씀을 하시더니 마지막 말씀이셨나봐요.
민 :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겠어요.
유경희 :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메입니다. 살아계실 때 잘 할걸 그랬다는 후회로 왜 그렇게 원망했는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가슴에 카네이션 꽃을 달고 시장에 들어서는 할머니들의 환한 얼굴을 보면서 작년 이맘때의 시어머님 그려봤습니다.
민 : 네, 우리 부모님들, 우리 곁에 있으실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번 더 해보게 됩니다.
홍 : 오늘 얘기 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세상읽기, 삼천포 시장아줌마
유경희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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