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읽기
홍 : 따뜻한 우리 이웃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얘기를 전해드리는 세상읽기 시간입니다.
민 : 매주 월요일은 시장통 아줌마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얘기나눠보는 시간인데요.
삼천포 시장 아줌마, 유경희씨 전화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유경희 : 안녕하세요...
홍 : 오늘은 어떤 얘기 들려주실건가요?
유경희 :오늘은 한 때 저희 시장통에 불었던 복권 바람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민 : 아..정말 예전에 처음 로또 복권나왔을 때 크게 유행했었쟎아요.
그 때 얘긴가요?
유경희 : 그렇습니다.
사실 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일확천금을 손에 쥐는 꿈을 꿔본 적이 있을 겁니다.
우리 시장통도 마찬가지라
장사는 잘 안되고, 돈은 벌고 싶고, 순진한 사람들은 악한 생각도 못하니까
누구나 한번쯤 복권에 기대를 걸어보게 되는 건 똑같은 것 같아요.
홍 : 삼천포 시장에서도 복권을 사는 분들이 많았나봐요.
유경희 : 재미삼아서 혹시나 하는 맘으로 복권을 사는 사람 더러 봤어요.
예전에 로또로 떠들썩했을 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안 사본 사람없을거예요. 시장 통에도 난리가 났었어요.
한 장에 만원씩 했는데 몇장씩은 샀을겁니다. 기본 두장은 샀다고 했어요.
그런거 뭣하러 사냐고 하면서 대구뽈찜 시켜먹는 진 찬이 아지매도 있었는데
못산 사람들은 은근히 옆에 사람보고 같이 가자고 부 추기고 그랬어요.
민 : 그래서 시장통에서 누가 걸린 분도 있었나요?
유경희 : 시장통 가운데 수박파는 아저씨가 있는데요.
로또 이만원어치 샀는데 맞춰보니까 숫자가 다섯 개나 맞았다는겁니다.
전부 맞힌건 아니지만 얼마나 좋았겠어요.
잠도 설치고 아침부터 시장통에 나와서 난리가 난거죠.
원래로라면 숫자가 여섯개를 맞춰야하는데
네개만 맞춘거고 하나는 행운숫자였어요.
그때 일등당첨금이 칠백억이나 되었거든요.
세금떼고 나면 오백억이 넘는다고 했구요.
모두들 돈에 관심이 많았죠.
그 돈이 당첨되면 뭘할까 미리 공상하느라 하루해 가는 줄 몰랐죠.
수박아저씨 부러워하면서 소잡는다 돼지 잡는다 야단 법석이었는데
글쎄 4등당첨금은 백만원도 아니고 이만칠천원이었데요.
일등 당첨금이 몇백억으로 되니 이등이 되었든 사등이 되었든
몇천이 아니면 몇백만원은 될줄 알고
지레짐작을 한거예요.
막상 이만칠천원을 타오는데 시무룩하니 기운빠진 모습 보면서
한턱 내라는 소리 입밖에도 못냈어요.
오만원어치 십만원어치 산 사람도 한 개도 맞추지 못 했는데
그게 어디냐고 말해도 들은 척 만척 했어요.
안타깝고 애석한 맘으로 우울한 날이었어요.
홍 : 주위에 다른 분들은 당첨되지 않았나요?
유경희 : 그 무렵인가 시장통에 이불가게하는 할머니가 이등당첨이 되었다고 소문나긴 했어요.
부잣집인데 돈이 돈을 부른다고 부러워했죠.
얼마전 그 할머니한테 당첨금이 얼마인지 그 돈 다뭐 했는지 물어봤는데요.
다 뻥튀기 된 이야기드라고요. 이등인지 삼등인지 잘 모르겠고 몇십만원을 탔다나봐요.
당신이 걸린게 아니고 며느리가 당첨되었고 손주가 숫자를 불러서 된거라 손주한테 몽땅 썼다고 했어요.
소문은 삽시간에 천리를 가는데 한집 건너 말이 달라지니 믿을게 못되는거 같아요.
민 : 유경희씨는 어떤가요? 좋은 꿈을 꾸면 복권 사고 싶지 않으세요?
유경희 : 저도 좋은 꿈을 꾼적은 있는데 복권 사러 갈 시간이 없었던거 같아요.
그때 너두 나도 살 때 이만원어치 샀는데 그 이후론 살 생각 안해봤어요.
복권 가지고 있을 때 그 기분 삼삼하게 떠 오르네요.
가슴이 두근 두근거리면서 만약에 당첨이 되면 무엇부터 할지 상상해보는겁니다.
어쩌면 일주일이 행복했는지도 모르죠.
일확천금 노리고 모든걸 다 걸어 날려버리는 경우는 좋은 현상이 아니지만 지나치지 않는다면
돈 만원으로 행복한 일주일을 사는것도 괜찮다고 봐요.
돈 만원으로 술을 마실수도 있을거고 돈 만원으로 책을 살수도 있을거지만
돈만원으로 희망을 거는건 자기 맘이 아닐까 싶어요.
홍 : 요즘은 좀 어떤가요?
여전히 복권을 사는 분들이 있나요?
유경희 : 예전보단 시들..
아마 한탕주의보다는 하루를 성실하게 사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 분들이 많은 듯.
그저 그렇게 하루를 살더라도 열심히 사는 우리 서민들이 복권당첨되지 않아도 행복해지는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민 : 네..오늘도 재미있는 얘기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세상읽기, 삼천포 시장아줌마
유경희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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