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도깨비가 보는 세상

태풍 '매미'

삼천포깨비 2005. 6. 7. 23:36
 

** 세상읽기

 

홍  따뜻한 우리 이웃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얘기를 전해드리는 세상읽기 시간입니다.

 

민  이번주 부터 매주 수요일에 시장통 아줌마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얘기나눠봅니다.

  삼천포 시장 아줌마, 유경희씨 전화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유경희 

안녕하세요...  

홍   요즘 날씨가 많이 더워졌는데..  장사하시는 분들 요즘 어떠신가요?

 

유경희    

네...그러고보니 벌써 유월이네요.

  풋보리가 싱싱하던 봄날은 가고 여름이라고 해야겠어요. 요즘 아침저녁으론 쌀쌀하지만 한낮은 더워서  이젠 더워 죽겠다는 말을 하네요. 여름엔 더워 죽겠고 겨울엔 추워 죽겠고 장사가 안되면 장사가 안되서  죽겠다고 하고요. 요즘 농번기라 그런지 촌에서 사람  들이 안나오니까 시장엔 파는 사람만 보이고 사는 사  람은 안보여요. 집에 농사짓는 대포띠기 할머니도 모  심는다고 안 왔어요. 날씨가 좋아서 놀러다니는 사람한테는 좋지만 모심는데 비가 안와서 걱정은 없는지  모르죠. 저 같은 경우는 비를 좋아해서 기다리지만 논에는 비가 와야 모내기도 하고 개구리들도 물 걱정은 안하자나요.

적당히 와야하는데 너무 많이 와도 탈이고 너무 안 와도 탈이고 그러네요.

민  그러게요. 이 비라는 게 정말 많이 와도 걱정이고,

  너무 오지않아도 걱정이고 그런 것 같습니다.

 

유경희  

비 얘기가 나오니 말인데..재작년에 태풍 매미로 희생  된 시민 18명의 원혼을 달래는 위령비가 마산 어딘가에 세워진다는 뉴스를 봤어요.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당시의 아픔을 기억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 되지 않도록 교훈을 삼자는거겠죠.

홍  태풍 매미...정말 기억하기 싫은 일이긴 한데..

  당시 삼천포 시장은 어땠습니까?

유경희 

삼천포에서도 태풍 매미가 온날에 바람은 바람대로 세상이 뒤집어 지는 줄 알았는데 바닷물까지 시장통  을 덮치는 바람에 완전 아수라장이었죠.

아파트에도 베렌다쪽에 방충망이 통째로 날라가버리고 유리창 틈새로 물이 쳐들어와서 닦다가 유리창이 깨져서 사람들이 다치고 정전이 되고 꼭 지옥같았어요. 그저 아무일없이 무사히 아침이 오길 기다리면서   눈 꼭 감고 잠을 청하는데 시장통에서 아는 분이 전화를 하셨어요. 시장에 물이 허리가 넘도록 찼다는거예요. 남편이 시장통에 갔더니 물이 빠져야 어떻게 해보든지 한다면서 그냥 돌아온거예요. 한시간을 뒤척이더니 무섭다고 잠이 안온다는 슬이 뎃고 시장에 갔어요. 도저히 혼자서는 안되겠다고 나오라는 전화  받고 저두 나갔습니다. 시장통에 들어서니 발목까지 물이 잘박거리는데 횟집에서 튀어나온 물고기가 펄떡거리고 있질 않나 대형 냉장고가 시장통 한복판에 나뒹굴고 있질않나 어디서 났는지 오만잡쓰레기들이 산처럼 군데 군데 쌓여져 있는거예요. 조금 있으니까 가게에서 나오는 쓰레기까지 보태니까 시장통을 아예  꽉 메우드라고요. 

민  유경희씨 가게는 어땠나요? 

유경희 

저의 가게안은 더 난장판이었어요. 셔터문을 여니 밀가루 포대며 쌀포대 고구마까지 하수구에서 올라온  물과 기름이 범벅이 되어서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지   눈앞이 캄캄했죠. 밖에 있는것들은 깡그리 물에 떠내려가서 하나도 남은게 없구요. 명절 지내고 장사하려고 미리 다 새로 사다둔것들이라 얼마나 아까운지 생각만해도 절로 혀를 차는거죠. 대충 물로 닦을건   닦고 날새면 하자고 하길래 집에 와서 한숨 자고 일찌감치 가게로 갔어요. 저걸 언제 다 치우나 하던 쓰레기더미들은 깨끗이 치워져서 기분 좋았어요.

당장 냉장고가 안돌아가고 밥통이 물에 잠겨서 고장이고 쓸만한게 하나없는게 아쉬웠지만 쓸고 닦고 치우면서 밥통도 분해해서 햇볕에 말리고 냉장고도 모터쪽에 드라이기로 종일 말렸어요. 장사하려면 김밥  재료며 튀김재료들만 사고 냉장고 밥통 새로 안산 것만 해도 어딥니까? 큰 돈 안든것만으로도 감사해야죠. 신발집은 젖은 신발을 말린다고 밖에 쭈욱 내 놓았는데 아저씨는 속 상하다고 며칠동안 가게도 안 나왔어요. 아줌마는 그래도 악착같이 나와서 신발이 젖은채로 팔기도 하고 어디 봉사단체에 갖다줬다는소리 들었어요.

홍  아유..정말 시장에 계신 분 모두가 힘드셨겠네요.

유경희 

속상해하면서 정리할 때 동사무소 직원들도 같이 고생하드라고요. 가게마다 찾아가서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일일이 적고 같이 걱정도 해주더군요. 저야 장사 못하는거 빼고는 쌀이며 밀가루 고추장 된장 간장 사는데 드는 비용이 몇십만원밖에 안되지만 몇백만원 몇천만원 피해본 사람들 있을거라고 했죠.

삼십년 장사하면서 이런 꼴 첨 본다는 유신상회 아줌마는 옷장사를 하는데 대목에 갖다 논

옷이 똥물에 잠겼는데 어떡할거냐고 했죠.

그런데 생각지 않은 보상을 받았어요. 200만원을 받았는데요. 없는 사람한테는 큰 돈이었고 큰 피해를  본 사람한테는 있으나 마나 했겠죠. 어쨌거나 모두가 고생 많이 하고 애를 썼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민  올해는 그런 힘든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유경희 

그렇죠. 꼭 팔구월이면 장마에 태풍으로 가슴 조마 조마하는데 올해도 아무 이상없이 보내졌으면 해요.   매미때처럼 그런 난리는 없어야죠. 작년에 메기가 왔을때는요 쌀푸대며 간장 고추장말통들을 이층에다 죄다 올려놓고 집에 가서 맘놓고 푹 잤어요. 비가 올테면 와봐라했는데 만조때를 피하니까 물이 차지 않았어요. 담날 다시 내려 놓는다고 낑낑거렸죠 머.

만조때에 집중호우를 만나면 피할 도리가 없는거죠.   하수구까지 막혀서 물이 잘 안빠지면요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들이 봐야하는거죠.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번 시장통에서는 하수구청소부터 했습니다. 솥뚜껑보고 놀란 가슴 자라보고도 놀란다고 여름만 되면 태풍이 언제 오나 신경이 곤두  서게 되네요. 백년만에 불볕더위라고 사람 겁주더니   다시 서늘하고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도 있어서 감을 잡지 못하겠어요. 사람이 아픈것에도 예방과 치료가 있는데 재해에 미리 방지하려면 오염부터 시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도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만 들어도 일단은 쌀자루부터 이층에 올려놓고 볼거구요.

홍  네...자연재해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철저한 예방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오늘도 얘기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세상읽기, 삼천포 시장아줌마

유경희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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