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쉼표

엄마가 진짜 맞나?

삼천포깨비 2005. 10. 5. 23:28

어두워지니 처마끝에 달린 전등불이 켜진다.

밖은 그대로 어둠이 괴였다.

앙큼스럽게 노려보는 듯 하다.

바람 끝으로 어둠을 말고 컴컴한 귀퉁이에 붙었다.

 

시계를 본다.

여덟시가 되려면 아직 이십분이 남았다.

먼저 집에 들어간 동신네 가게 편상에서 공기놀이하던 슬비가 살금 살금 들어온다.

두손을 고양이가 덤비듯이 손가락을 갈쿠리모양을 하고 반쯤 들었다.

엄마를 놀래키려 발소리까지 죽인다.

모른척 하고 놀라줘야 지가 신나겠다.

"왁~~!!"

슬비가 엄마등을 덥썩 잡는다.

순간 엄마가 더 큰 소리를 질렀다.

"윽~~!!"

슬비는 움찔하더니 아예 놀라서 간이 떨어진것 같다.

"엄마~ 놀랐자나...안 치우나? 내가 설거지 도와주까?"

"한 이십분만 더 있다가..."

"그럼 씻는건 내가 씻는다?"

슬비는 빨간 고무장갑을 손에 끼었다.

마치 어른 장화를 신고 물위에서 질퍽소리내며 깡총 깡총뛰는 아이같다.

이쁘다.

 

파장이 언젠데 손님이 장보러 나왔다면서 우선 요기하자고 자리에 앉는다.

아는 손님이다.

멀리 임포에서 횟집을 하는데 오늘따라 손님이 없어서 낼 아침 장거리 보러왔다고 했다.

"순대하고 소주 한병 주시고예. 김밥 남은건 몽땅 썰어보이소. 두개는 먹고 나머지는 싸갈랍니다."

"안그래도 김밥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데 고맙습니더."

손님은 인사를 받을 생각은 않고 슬비가 설거지 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아가 참 착하네. 야문가베? 시키도 안 할긴데..."

"주우다 키워 놓으니 밥값한다고..."

슬이아빠는 또 싱거운 소리 뱉는다.

"엄마가 친 엄마가 아이가?"

손님은 장단을 맞추는건지 심술맞게 슬비보면서 물어본다.

눈이 똥그래진 슬비는 엄마 얼굴부터 쳐다본다.

"네? 맞는데요."

"지는 잘 모르지 큰 아는 말도 안 듣는데... 사람은 많이 알고 모르고 떠나서 할 줄 알아야 한다. 한가지라도 야무딱지게..."

슬이 아빠는 슬비에게 칭찬을 한다는것도 남의 얘기처럼 자기 멋대로 하고 말았다.

"엄마~ 진짜가?"

드디어 슬비가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