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이야기/쥐들의 세상에서

바쁘다 바뻐...

삼천포깨비 2005. 12. 6. 09:31

많이 춥다.

오늘부터는 풀린다는 소식이 있어도 바람은 여전하다.

학교 간다고 나서는 슬비에게 옷을 더 꼭꼭 여며주면서 현관문을 열었다.

문이 잠긴 채 열려하니 열리지 않는다 싶어서 도너츠같은 키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잉?

아니다.

다시 왼쪽으로 돌렸다.

그래도 안 열린다.

모야???

 

밖에 바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통에 문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 어깨를 대고 밀어서 열었다.

바람이 꼬리를 이어 들어왔다.

엉키면서 회오리치듯이 소리까지 요란하다.

현관을 나서면 앞산이 보이고 나락이 다 사라진 빈 들판이 훤하니 바람만 잔뜩 웅크리고 있으니 요때다 싶었을것 같다.

얼른 문 닫아놓고 청소부터 할까 설겆이부터 할까 망설여진다.

세탁기에 버튼만 눌러놓고는 안방으로 미끄러져 컴을 열었다.

자면서 생각해둔 이야기 한나절도 모자랄것만 같더니 막상 머릿속은 빈깡통이다.

카페에 복귀해도 들어오기조차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그래도 글쓰는갑다 생각하고 쪽지 보내지도 않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친구들 글 보면 댓글마다 또박 또박 답글로 대꾸도 해 주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그 세심한 배려에 감탄하면서 난 얼굴 붉히고 천천히 내려다 봤다.

낯선친구 친한친구들이 어우러져서 저 하늘 끝없이 흘러가는 구름처럼 정답다.

친구들에게 아프다는 이야기 심심치 않게 들려 속이 탈 때도 있다.

아프지 마라...

제발...

 

우리 슬비가 어제 시험공부하면서 나한테 이런 소리하더라.

"엄마 시험 못 치면 혼낼끼가 안 혼낼끼가?"

"그건 왜?" "아 글쎄..."

"당연히 혼내지. 와? 못 칠것 같나?"

"아니..."

"엄마! 옆에 대방초등학교에는 시험이 벌써 끝났다고 하데? 나 거기로 전학시켜주면 안돼?"

슬비가 초등학교 사학년인거 알지?

시험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은것 같아.

못 보내던 학원을 보내게 되어서 덜 귀찮을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도 공부하는걸 보고 있어야 한다고 해서 옆에 지키고 있었는데 하란 공부는 안하고 이렇게 엄마랑 농담이나 따먹기하니...

 

제한된 시간속에 글쓰려니 손만 떨리는것 같어.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