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 하고 있나?"
"하아~ 손님이 버글 버글 하는데 할매는 안 오고 머 했드노?"
반쯤 꺽인 허리를 젖히지도 못하고 반가운 얼굴로 인사 할 때 까지는 궁지할머니인줄은 아무도 몰랐다.
철띠기할머니가 제일 먼저 반갑게 인사를 받으면서 바쁜듯 생선을 챙기었다.
"감기때문에 쌩 몸살하다가 다 나아도 장사가 안 되어서 안 나올라 했는데 이제 나와야겠다."
"할매 나이 몇살인데 나온다카노?"
"내? 내가 팔십너이다. 설 보름까지는 아파 죽는 줄 알았는데 다 대목 봤제?"
"인사도 빠르네. 설 쇤지가 언젠데 옛날 이야기 하노?"
"이번 대목 못 봐가 배가 아파서 안 그러나? 내년에는 꼭 봐야제."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면서 질게도 잡는다."
"글체? 눈 안뜨면 죽는기고 눈 뜨면 시장에 나와야제. 내 안 나오는 날 죽은 줄 알아라."
"내도 누웃다가 천장 가마이 쳐다 보다가 내 죽으면 밖에 저 쓰레기 다 어짜노 싶드라"
"죽을라카는 사람이 쓰레기 걱정이가?"
"그러게 정신이 살아 있으니까 오만 걱정 다 끄집어 내는기제?"
"죽을라카믄 생각이고 머고 살라고 발버둥 칠기구만."
철띠기할머니가 일손 바삐 움직이는 동안에 선이할매가 맞받아 한 동안 쉬었다가 나온 궁지할머니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궁지할머니는 항상 앉았던 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넌즈시 바라보다가 내일 다시 나온다는걸로 자리 비켜달라는 통보를 한것 같다.
아마도 그 말을 들은 듯한 밤깍는 할머니는 어디에 앉을지 살피는 눈치였다가 이내 밤깍기에 열중한다.
궁지할머니는 거북스러운듯 미안한듯 아니면 다행스러운듯 별 수 없이 쫒겨나야하는 밤할머니를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궁둥이 툭 털고는 내 쪽을 바라본다.
"아 마이 컸제?"
슬비이름을 잊어버렸는지 슬비이름은 빼고 물었다.
"예. 오학년 올라갑니다."
궁지할머니는 한번 더 시장을 훑어 보고는 얌전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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