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에 보냈던 최선배의 편지 소개해 볼까 한다.
'60년 쥐들의 세상'에서 놀면서 동문카페 '알콩달콩'에 양다리 걸치며 시장통 글을 올렸었다.
동문중에 가장 기억 많이나고 좋아했던 선배님이라 몇십년만에 인터넷으로 통한 만남이지만 각별한 호의를 가졌었다.
선배님도 마찬가지였던가 보다.
"없는 사람이 나기는 여름보다 오히려 겨울이 더 낫다"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찌는 듯한 여름날이면, "옆에 있는 사람이 단지 37.5도 체온의 욕망덩어리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곳,
이른바 통혁당 사건이란 것으로 그곳에서 무려 15년을 넘게 청춘을 보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땅에서 그런 야만스런 일이 어디 한 두번 뿐이었겠습니까마는, 90년도이던가 소위 이 땅에 민주화가 시작 되고 나서야 그의 이야기가 주위사람에 의해 출판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로부터도 한참을 더 교도소에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말입니다.
위에 적힌 내용은 물론 그 책의 글머리에 적혀있던 내용입니다.
그 책이 처음으로 출판되었을 때, 그 책을 읽고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 시장통 이야기 >를 읽으면서 꼭 보여주고 싶었던 책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불현듯 그 책이 머리 속에 떠올랐지요.
안도현 시인의, 말하자면 '추억속 고향찾기'. 혹은 사이버시대 '인간의 행복찾기'쯤을 주제로 하여 사진과 글을 엮은 장날 풍경 사화집입니다.
뭐, 감흥이야 느껴지긴 했지만, 그보다는 < 시장통 이야기 >가! 그 책 못지 않는 < 훌륭한 소재 >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교보문고에 들렀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책이 절판되었는지 없답니다.
대한민국 제 1의 서점이 초라하게 느껴집디다. 왜냐하면 그 책이 왜 없는지 나도 나 나름대로 그 이유를 헤아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시집이나 소설 등 인문서적이나 문학서적의 생명이 짧다는 것쯤은 나도 이미 눈치채고 있는 사실입지요. 더군다나,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아닌 다음에야,
어째든, 그 책은 없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위에 말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입니다. 저자 신영복 교수의 편지글 모음집입니다.
이 책은, 그 당시 나로 하여금 '체제의 모순'에 대한 내 생각을 < 더욱 굳히게 만든 책 >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보다는 그의 문체가 나에게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의 굳은 신념과 인생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가 참 좋았었다는 생각이 지금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도 읽을 요량으로 새로 나온 그의 책을 두 권 더 샀습니다.
대저, 어느 사람을 알려면 그의 책을 몽땅 읽어야한다! 고 했습니다. 한 두권쯤으로 누구를 안다고 말하기가 참 부끄러운 세상입니 다. 그래서 나도 그가 새로 출판한 책(나무야 나무야)을 보게되었으니 꼭 공 친 날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나에게서 가장 먼 곳에 사는 후배에게 그 책을 보냅니다.
이제 퇴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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