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선은 자꾸만 희뿌연 창문 쪽으로 향한다.
새순 돋은 등나무 줄기가 바람에 몹시 흔들리는 것도 보인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가 바람에 흔들리는 등나무 줄기를 때리고 있다.
이런 날 기름이 지글거리는 후라이팬 위에 고소한 부침개 익어 가는 소리가 빗소리와 어울리겠다.
이불 속에서 잠이라도 푹 잤으면 하는 유혹을 꾹 참으며 심각하게 창 밖 바라본다.
보고 싶은 사람 생각난다.
앞으로 뭘 하며 사는가 고민이다.
나이만 먹여 준 세월이 야속하다.
벌써 이렇게 나이 먹고 늙어 간다니 서글프다.
불과 얼마 전인 것 같다.
아니. 아주 오래된 과거의 내가 희미하다.
나는 지금 무얼 절망하고 희망하는 게 무얼까.
비 오는 날 이렇게 자잘한 상념들로 고무줄 씹는 기분이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도 하루는 늘 바쁘게 쫒기고 있다.
잠이 든 상태에서도 나를 챙길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이아빠는 내가 고생을 더 해봐야 한다고..
아니면 남편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조선소에 가서 한 달 쯤 일을 해 보라고 권한다.
며칠전에는 내 방을 뒤진 흔적이 있다.
통장을 찾았다는 슬이 말에 깜짝 놀랐다.
없는 티를 내지 않고 사니까 돈을 숨겨 놓고 사는 줄 아는 모양이다.
카페에 댓글 달며 넉두리 한 내용이 있다.
평소 우리 아버지 돌아 가시면 두고 보자더니 진짜 2년이 되도록 친정 방문 한번도 없었다.
엊그제 엄마 생일이라고 두번 세번 꺼내어 봤다.
일절 전화통화 하는거 같지 않았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 슬이아빠가 좀 해 주었으면 했는데 그냥 넘기고 말아 서운했다.
이 이야기에 친한 친구가 바로 법원 가라고 한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그 친구도 화는 났다고 했다.
무작정 살기 싫다.
하루를 허무한 시간으로도 보내기 싫다.
어둠이 빛을 숨겨두고 있는 것 처럼 뻘 밭 같은 내 안에 무엇인가 캐내야 한다.
인간의 본질은 불순하다고 하더니 이러한 것들이 불순한것일까...
걍 돌아버리고 싶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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