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달도 아닌 꽃이 세상을 비추는듯하다.
밤중인데도 하얗게 빛나고 한참을 꽃구경에 정신 팔렸다.
약간 추운 날씨에 절로 움추렸던 어깨가 꽃과 함께 펴졌다.
해마다 보는 광경이라 별로 감동적이지 않을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기절초풍할만큼 좋다.
사월이 되기 전인데 삼천포는 벚꽃이 초절정 상태이다.
가까이 용강주공에서 신항만까지 도로는 꽃으로 휘감아 꽃대궐 처럼 너무 요란하게 꾸민듯 하다.
신기루같다는 느낌으로 곱게 빛나는 꽃을 이고 걷자니 내가 천사가 된 기분이다.
하루를 거의 마무리 하고 몇 달을 벼르다 삼천포 온 손님과 잠시 얼굴 보고 돌아 오는 길인데 맘이 안 편타.
시간이 있어 같이 저녁도 먹고 삼천포에 그 유명한 실비집에서 한 잔도 하고 노래방도 같이 간다면 손님으로 최상의 대우가 될터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제 장사를 하는 이상 집 밖에서 밥 먹을 엄두도 못 내게 되었다.
그 이유로 내가 우울할 정도는 아니다.
덕분에 꽃 구경 실컷 하고 묘한 침묵 속에서 게으름 피우듯 천천히 걸었다.
가게에 들어 오니 나만 빼고 셋이서 삼겹살 구워 먹었다.
거지처럼 남아 있는 삼겹살 몇 개 줏어 먹고 설겆이까지 했다.
배 부르고 등 따시고 이제 하마처럼 자야지...
기분 좋게 잠이 들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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