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길을 묻다/시장통 풍경

눈. 눈. 눈....

삼천포깨비 2005. 12. 21. 23:03

 

열한시 십분 쯤이다.

"와~~ 눈이 온다!"

"마이 와 삐라~~"

"어랍쇼? 눈이 널찌드만 와 안 널찌노?"

티비에선 박지성 첫 골 넣은 경기 재 방송중이었다.

"어? 박지성이가 첫 골 넣었는가베? 언제 넌노?"

"금방 예."

"오디 금방이고? 새벽에 넣었는데."

"티비선 금방 넣다고..."

 

 

오늘 팥죽 먹는 날이란다.

이름 있는 날은 먹어 두면 좋다는 할머니들 말 듣고 얼른 새알 심 만들었다.

바쁜 가운데 팥죽 끓이고 있을 시간이나 있었는지...ㅎㅎㅎ

 

 

오후 서너시쯤 되었을까 다시 눈발이 날린다.

오다 말겠지...하면서 마른 생선을 비닐로 덮고 손님 오기만 기다린다.

 

 

날이 차서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냥 쌓였다.

철띠기할매 눈 사람 되기 직전...

 

 

"어머! 눈 사람이네?"

어디에 쌓인 눈 모아서 눈 사람 만든 진찬이아지매다.

"내가 아직까지 정열이 남아 있어서..."

진찬이아지매는 하얀 눈을 보고 소녀처럼 흥분과 설레임으로 눈 사람 만들었단다.

 

 

한 삼년만에 눈 구경하는거란다.

빨간잠바의 멋쟁이 아줌마와 하얀 눈 신사와 눈 맞춤이 눈 부시다. ㅎㅎㅎ

 

 

진찬이아지매가 깔고 앉은 양철통 안에는 촛불이 타고 있다.

따끈한 궁둥이 떼기 싫어서 눈 사람 짝꿍을 못 만들어 준다며...

눈에 파묻힌 귤엔 나 몰라라...

 

 

자나 깨나 불조심해야 할 요즘이다.

며칠전에 큰 일이 날 뻔 했다.

근처 제과점에서 연기가 무럭 무럭 나고 있다는 신고에 소방차가 여러대 삐융 삐융~~

문은 잠겨 있고 연락도 안되었다.

열쇠전문가도 문을 못 따서 소방관이 쇠줄로 잘라서 창문으로 들어갔단다.

굼국솥이 다 쫄아서 가스불위에 계속 타고 있는 중이었다.

더 큰 사고가 이어지지 않았지만 집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절에 불공 드리고 있었다는...웃지 못할 이야기 전해 들었다.

언제나 불조심해야겠지.

 

 

기온이 뚝 떨어진 밤이다.

눈은 오는 듯 마는 듯 한데 티끌모아 태산이 되려는지 길이 하얗다.

숱한 겨울 보내면서 유난스레 올 겨울은 더 춥다.